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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 노트' 후카다 고지, 칸에서 외친 보편적 가시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나란히 공개된 후카다 고지의 '나기 노트'와 샤를린 부르주아-타케의 '여인의 삶'이 여성의 삶을 가시화하는 새로운 문법으로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 칸의 공식 포스터가 1991년 작 '델마와 루이스'를 통해 여성 해방의 선언을 기렸다면, 이번 두 작품은 해방 이후 35년이 지난 오늘날 여성이 처한 현실을 '투쟁'이 아닌 '보편적 일상'의 틀 안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두 영화는 서로 다른 연출 방식을 취하면서도 여성의 삶을 자극적인 소재로 소비하지 않고 그 자체로 온전한 개인의 영역으로 그려낸다는 공통분모를 갖는다.일본의 거장 후카다 고지 감독은 '나기 노트'를 통해 성소수자 여성이 겪는 사회적 비가시성을 정적인 카메라 워킹으로 담아냈다. 오카야마현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동성 커플의 관계를 특별한 사건이 아닌 농사나 식사 같은 평범한 일상의 일부로 묵묵히 관찰한다. 후카다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영화의 힘이 투명해진 사람들을 가시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들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기보다 보편적으로 살아가는 이웃 중 하나로 그리는 것이 자신의 창작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가시화라는 권력을 휘두르기보다 존재 자체를 화면 안에 조용히 머물게 하려는 감독의 신중한 태도가 반영된 결과다.

프랑스의 샤를린 부르주아-타케 감독이 연출한 '여인의 삶'은 55세 외과 의사 가브리엘의 일과 사랑을 통해 또 다른 방식의 가시화를 수행한다. 후카다 고지가 인물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풍경 속에 관계를 녹여낸다면, 부르주아-타케는 인물의 얼굴과 몸, 미세한 숨결까지 집요하게 따라가는 밀착된 카메라를 선택했다. 감독은 중년 여성의 욕망과 비출산 여성의 충만한 삶이 영화적 재현에서 배제되어 온 현실을 지적하며, 한 여성의 다채로운 삶의 영역을 1년 동안 추적함으로써 그 개별성에 깊은 생동감을 부여했다.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개막 전 기자회견에서 정치와 예술이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창작자가 어떤 얼굴과 몸을 묘사하고 무엇을 보편적인 것으로 승인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필연적으로 정치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기 노트'와 '여인의 삶'은 스스로를 페미니즘 선언이나 사회 비판 영화로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인물을 평범한 존재로 화면에 머물게 하는 방식을 통해 가장 비선언적이면서도 강력한 정치성을 수행하고 있다.

후카다 고지 감독은 일본 사회에서 동성혼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억압적 현실 속에서 성소수자들이 당연하게 드라마에 등장하고 관련 질문 자체가 무효화되는 시대를 꿈꾼다고 밝혔다. 이는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여성 감독의 비중 증가에 대한 질문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 진정한 변화가 완성될 것이라고 답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프랑스 사회 역시 법적 자유는 보장되어 있으나 중년 여성의 성애나 비출산 여성의 행복이 재현의 중심에서 소외되어 왔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각기 다른 사회적 비가시성에 저항하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두 영화가 도달한 지점은 여성이 반드시 억압의 상징이거나 해방의 영웅일 필요가 없다는 포스트-해방의 인식이다. 주인공 요리코는 자신의 정체성을 굳이 커밍아웃하지 않아도 마을의 일원으로 존재하며, 가브리엘은 자신의 비출산을 사회에 설명할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 이제 영화는 여성을 집단적 해방의 대상이 아닌, 각자의 모순과 욕망을 가진 복잡한 개인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존재할 권리를 옹호하는 이들의 시선은 동시대 영화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며 칸의 경쟁 무대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