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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시작된 성형수술, 그 끔찍하고 위대한 탄생
오늘날 미용의 영역으로 익숙한 성형수술의 기원이 사실은 포탄이 빗발치던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 속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비인후과 의사였던 해럴드 길리스는 군의관으로 참전했다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부상자들을 마주하고 충격에 빠진다. 포탄과 파편에 코와 턱이 날아가고 얼굴 전체가 함몰된 병사들이었다.당시 사회적 시선은 잔인했다. 팔다리를 잃은 군인은 영웅으로 동정했지만, 얼굴을 잃은 군인은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그들은 끔찍한 외모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라는 두 번째 재난에 직면해야 했다. 길리스는 이들의 육체적 고통 너머에 있는 깊은 절망감을 목격하고 얼굴을 재건하는 새로운 의술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길리스의 접근 방식은 혁신 그 자체였다. 그는 피부를 튜브처럼 말아 혈류를 유지한 채 이식하는 '관 모양 줄기 피판' 기법을 고안해 감염 위험을 극적으로 낮췄다. 이는 대규모 안면 재건을 가능케 한 핵심 기술이 되었다. 또한 그는 단순히 기능을 복원하는 것을 넘어, 조각가와 협력해 부상 전 사진을 바탕으로 본래 얼굴을 되찾아주는 예술적 경지의 수술을 추구했다.
그의 인간적인 고뇌는 병동의 모든 거울을 치워버린 일화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수술 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절망에 빠질 환자들의 심리적 충격을 막기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한 병사는 손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본 뒤, 약혼녀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거짓 이별 편지를 간호사에게 부탁했다. 사랑할 자격을 잃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일화는 길리스가 왜 그토록 얼굴 재건에 매달렸는지 짐작하게 한다.

전쟁이 끝난 후, 길리스는 전쟁터에서 완성한 기술을 화상이나 선천적 기형으로 고통받는 민간인들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1920년에는 자신의 임상 기록을 집대성한 '얼굴의 성형 수술'을 출간하며 성형외과를 독립된 의학 분과로 격상시켰고, 말년에는 성전환 수술까지 성공시키며 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현대의 최첨단 안면 이식 수술은 바로 100여 년 전, 한 의사가 참호 속에서 마주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고뇌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의 노력은 수많은 이들에게 망가진 얼굴뿐만 아니라 무너진 삶을 되찾아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