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슈

고등학생 10명 중 7명이 '눈 뜬 장님' 수준…단순 시력 저하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눈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청소년들의 시력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고등학생 10명 중 7명 이상이 시력 이상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안과학회가 7일 공개한 '2025 눈의 날 팩트시트'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시력 이상 유병률은 74.8%에 달했다. 이는 초등학교 1학년(30.8%)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이며, 초등학교 4학년(52.6%), 중학교 1학년(64.8%)을 거치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눈이 급격히 나빠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전체 청소년의 시력 이상 유병률은 1985년 8.8%에 불과했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일상화된 2015년을 기점으로 폭증해 지난해에는 57.0%까지 치솟으며 지난 20년간 10%포인트 이상 증가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청소년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성인, 특히 젊은 층의 근시 문제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40세 이상 성인의 근시 유병률은 2008년 34.9%에서 2020년 53%로 15년 만에 약 18%포인트나 증가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2013년부터 2022년 사이 군 입대를 위해 신체검사를 받은 서울 지역 19세 남성 중 70.7%가 근시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 중 20.3%는 실명 위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도근시였다. 연구에 따르면 근시와 고도근시는 매년 각각 0.61%, 0.33%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50년에는 19세 남성의 근시 유병률이 90.9%, 고도근시 유병률은 31.3%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단순히 안경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근시는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다. 유정권 대한안과학회 기획이사는 "근시는 단순한 굴절 이상이나 시력 저하가 아니라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실제로 고도근시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망막이 안구 내벽에서 떨어져 나오는 망막박리 위험이 8배,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야가 좁아지는 녹내장 발생 위험이 4.6배,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 발병률은 5.5배나 높다. 이들 질환은 모두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인 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근시 대란'을 막기 위해 학회는 정기적인 안저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저검사는 눈 내부를 사진 찍듯이 촬영하여 망막, 망막혈관, 시신경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검사다. 이 검사를 통해 근시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비문증(날파리증)이나 광시증(빛 번쩍임) 등의 증상이 망막박리의 전조 증상인지 등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처할 수 있다.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시력은 한 번 나빠지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에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생활 습관 교정과 함께 매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근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